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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고,전북여행/에피소드

재래시장 라디오 스타, 문화도 팝니다.

전국을 매주 돌다 보면 지방의 변화가 눈에 들어온다. 지방 소형 도시에서도 대형마트를 만나는 일은 이제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2009년 5월 현재 전국 대형마트는 총 390여 곳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제 지방에서조차 재래시장이 설 곳을 잃고 있다. 지방에서 재래시장을 들를 때면 이러한 현상을 몸소 체감하게 된다. 상인들은 저마다 “장사가 이렇게 안 된 적이 없었다. IMF 때보다도 더 심하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추세를 깬 재래시장을 만났다. 수원시 팔달문(남문) 인근에 있는 못골시장은 평일 낮에도 손님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재래시장의 부흥을 꿈꾸는 못골시장의 특별함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수원 못골시장 지도 보기

못골시장 라디오스타, 문화를 소통의 매개로   

“못골 온에어 라디오스타를 시작합니다~.” 목요일 오전 11시 30분. 폭 2m, 길이 180m의 좁은 골목에 라디오 방송이 위풍당당 행진을 시작한다. 와글와글한 시장 바닥이 흥겨운 음악으로 물들고 상인의 어깨는 덩달아 들썩들썩 춤춘다. 곧이어 스튜디오에는 시장 상인의 발길이 이어진다. 손에는 작은 쪽지가 들려있다. “어제 옆집 사장님하고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에요. 라디오로 듣고 싶어서...” 신청곡은 곧바로 DJ에게 전달, 사연과 함께 시장 골목골목에 울려 퍼진다.

 

못골시장 라디오스타는 2009년 4월 개국했다. 라디오방송은 2008년 6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즉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시범사업에 선정되자 못골시장 상인회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시장을 살려나갈 방법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사람’과 ‘소통’이었다. 우선 시장 사람들끼리의 소통이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게 라디오방송이다. DJ는 모두 시장 상인. 이충환(38, 완도상회),  김승일(34, 아들네만두가게), 김덕원(43, 지동순대)씨는 월요일과 목요일 돌아가면서 마이크를 잡는다. 이충환씨는 “라디오방송을 제안했는데 DJ를 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다들 장사하느라 바쁘니까. 할 수 없이 상인회 총무인 제가 맡았죠.”라고 말한다. 그러나 못골라디오스타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30여 년 못골시장에서 건어물집을 운영해온 권성숙(57)씨는 “라디오스타에서는 우리 상인들 사연도 소개해주고, 노래도 틀어주고. 내 청춘 못골에 다 바쳤는데 강산이 세 번 변하니까 시장에 라디오가 다 생기네.”라고 말한다. 

 

  • 1 못골시장 남문입구 앞. 시장 골목 아케이드 공사가 한창이다. <이윤정기자>
  • 2 못골시장 라디오스타 스튜디오에 '온 에어(ON AIR)' 불이 켜졌다. <이윤정기자>

 

 

“시장은 뭐니 뭐니 해도 물건 사기 좋아야죠”

라디오 스튜디오가 위치한 곳은 시장 내 ‘못골휴식터’다. 스튜디오 밖의 공간은 시장 손님을 위한 카페이자, 상인을 위한 휴식터다. 향긋한 커피에 목을 축일 수도 있고, 장을 보다 무거운 짐을 잠시 맡겨놓을 수도 있다. 또 이곳은 ‘못골시장 정보센터’이기도 하다. 터치스크린 컴퓨터에 마련된 ‘못골레시피’에는 50여 가지의 음식재료법이 저장돼있다. 원하는 음식을 클릭하면 상세한 조리법과 재료를 살 수 있는 상점 지도가 함께 출력된다. 마트에서도 보지 못한 최첨단 서비스다. 

 

못골시장이 사랑받는 이유는 다양하다. 손님을 배려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손님 이선임씨는 “일단 물건이 싱싱하고. 서비스가 좋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흥겨워서 좋죠.”라고 말한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池洞)에 위치한 못골시장은 지명처럼 ‘연못’이 있었다 해서 얻은 이름이다. 1975년 무렵 생성된 못골시장은 지동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행상 아낙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촘촘해졌다. 지금은 87개 점포, 92명의 상인이 못골시장을 책임진다. 주로 식료품 및 생필품을 파는 못골시장 골목은 미나리꽝시장, 지동시장, 영동시장 등 인근 9개 시장과도 맞닿아있다. ‘사통팔달’의 위치와 다른 시장으로의 연계성은  못골시장 쇼핑의 큰 장점이다. 지난 2006년 하루 5천 명이던 시장 방문객은 2009년 12월 1만 명을 넘어섰다.

 

 

와글와글 불평을 만족으로, 못골시장의 꿈


못골시장은 겉으로 보면 여느 재래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곳은 시장이라기보다 역동적이고 화목한 ‘마을’의 느낌을 풍긴다. ‘문전성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생긴 다양한 활동들이 상인들을 하나로 묶어주기 때문이다. ‘못골줌마 불평합창단’은 시장 상인 아낙네 15명이 모여 노래를 통해 불평을 만족으로 승화시키는 곳이다. 노래교실로 시작된 모임은 점차 실력을 쌓으면서 크고 작은 행사에 초청되며 명성을 올리고 있다. 상인들을 ‘요리 전문강사’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시장 상인들의 빼어난 요리솜씨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강사로 훈련시키는 ‘요리교실’은 상인들 사이에서 인기 만점이다. 이제 악기 배우기를 시작한 ‘못골밴드’는 무대에 서는 날을 기다리고 있고, 신문사 현직기자에게 직접 교육을 받고 취재를 시작한 ‘못골기자단’은 2009년 12월 못골신문 창간호를 냈다. 97명의 못골시장 상인 중 50명 이상이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못골시장의 다양한 이야기는 벌써 3권의 책으로 출판됐다.

 

못골시장 상인회 김상욱회장은 “흔히 시장에서는 물건만 사고판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시장의 중심은 ‘사람’이거든요. 못골시장은 사람을 매개로 문화를 파는 시장이 될 겁니다.”라고 포부를 드러낸다. 재래시장이 언젠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는 못골시장에 들어서면 점차 수그러든다. ‘사람’을 원료로, ‘소통’을 에너지로, ‘문화’를 윤활제로 꾸려가는 못골시장의 꿈이 활기차게 꿈틀대기 때문이다.  

 

가는길
수원역에서 88, 46-1, 37, 720-2번 버스를 타고 못골시장 정류소에서 내리면 된다. 이 외에도 10, 11-1, 27, 311, 58, 63, 650번 버스가 못골시장 인근 정류소에 설 만큼 못골시장은 교통이 좋다. 수원역에서 도보로는 15분, 택시를 이용할 경우 3000원 정도 요금이 나온다. 차를 몰고 올 경우 동수원IC에서 나와 43번 국도를 타고 팔달문 쪽으로 오면 된다. 주차는 팔달주차타워에 해야 하는데 하루 정액제 요금이 9천원이고 시간당 3천원 정도 나온다.

 

관련정보
못골시장 라디오스타를 듣고 싶으면 월요일, 목요일 오전 11시 30분에 맞춰 가야한다. 시장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스튜디오를 찾아가면 원하는 노래를 신청할 수도 있다. 스튜디오가 있는 ‘못골휴식터’에서는 음식조리법과 함께 구매지도를 출력해준다.

 

 

수원 못골시장 상인들 라디오 방송 이어 신문 창간 | 경향신문 201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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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테나] 특화된 재래시장, 고객몰이 나섰다! | SBS 201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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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수원] 팔달문 일대 재래시장 | 수원일보 201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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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윤정 / 경향닷컴 영상취재팀 
글, 사진, 영상 취재를 아우르는 1인 멀티플레이어 기자다. 대학에서 언론정보학과 공연영상학을 복수전공했다. 현재 직접 카메라를 메고 길, 숲, 섬을 찾아다니는 <아름다운 한국> 기획 취재를 하고 있다.

동영상 이윤정, 조재현

 
출처 : http://navercast.naver.com/geographic/smalltown/2038